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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Retreat 1 발언문

“다자무역체제 강화를 위한 APEC의 역할“

(APEC's Role in Strengthening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유서 깊고 아름다운 휴양지 발리에서 정상화의를 준비해 주신 유도요노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에 감사드립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긴밀한 정책 공조로 대응해 온 결과 세계 경제는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에 직면해 있고,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더욱 노력 해야할 때입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의 조율도 중요하지만, 한국정부는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호개방을 통한 국가간 자유무역의 증진이 경제회복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무역자유화는 재정 부담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소비자 후생 증진 등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입니다.
APEC 회원국들은 1994년 채택된 보고르 선언을 시작으로 역내 국가간 상호 개방과 무역 자유화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을 창출해 왔습니다.

이제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전 세계 자유무역체제가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선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WTO 다자무역체제 강화


먼저, APEC 회원국들은 다자무역체제가 계속 발전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들어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 차원에서 무역자유화와 무역규범을 강화하고 보호주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한국이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GATT 체제하에서 전 세계와 자유롭게 교역을 증진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른 개도국들도 한국과 같이 WTO라는 사다리를 타고 성장의 길로 올라설 수 있도록 다자무역체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WTO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면, WTO가 세계무역 자유화를 계속 보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신뢰도 손상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상들은 금년 말 이곳 발리에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APEC 정상 차원에서 WTO무역협상의 진전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APEC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성공적 타결과 WTO 정보기술협정(ITA) 타결, 작년의 환경상품 자유화 목록 채택 등 무역자유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만큼 이번에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발리 WTO 각료회의가 세계를 향해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WTO각료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정상 여러분께서도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보호 무역주의 대응


둘째, 우리 APEC 회원국들은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앞장서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관세장벽 등 여러 형태의 보호무역조치가 확산되고 있어서 우려가 큰 상황인데, 2012년 이후 세계무역의 성장세 역시 크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경제가 어려워지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지만, 우리가 과거 역사로부터 얻은 귀중한 교훈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경제회복은 더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작은 보호무역 조치가 다른 나라의 보복조치를 촉발하고 여러 가지 상승효과를 거쳐 더 큰 보호무역주의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보호무역 조치는 작은 것이라도 함께 경계해야 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호무역주의 동결조치를 2016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약속을 환영합니다.

보호무역주의 반대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동결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WTO 등 국제기구를 통한 제도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해서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 해야 할 것입니다.

역내 지역통합 논의의 조화


마지막으로, APEC내 다양한 지역통합 논의들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모든 나라들이 공평하게 참여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를 실현하는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아·태 지역에서는 여러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각각의 논의가 지류라면 FTAAP은 큰 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지류들이 큰 강으로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APEC 회원국들은 이미 작은 통합을 더 큰 통합으로 발전시켜 나간 경험이 있습니다.

예컨대, ASEAN 차원의 자유화는 주변 6개국과의 6개 양자 FTA를 거쳐 16개국 간의 RCEP(알셉)으로 발전하고 있고, 4개국에서 출발한 P4(피포)도 현재 12개국이 참여하는 TPP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논의가 높은 수준의 FTAAP을 달성하기 위한 주춧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통합 논의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투명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 공유를 통해 모범사례를 서로 발굴하고 공유하면 여러 논의가 최선의 모범사례를 중심으로 모아지고, FTAAP 논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FTAAP 달성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회원국간의 FTA 추진역량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도 활발히 해나가야 합니다. APEC 회원국 중에는 다양한 FTA 추진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나라가 있는 반면, FTA 경험이 적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회원국들 간에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FTA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해나가는 것은 FTAAP으로 향해 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APEC 회원국들의 폭넓은 참여와 지지 속에 역량강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런 협력 사업에 지속적으로 적극 참여해서 무역 자유화에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세계 무역 자유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